저는 평소에 소비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닙니다. 또한 스스로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큐에서는 소비 습관이 우리의 감정, 자존감 그리고 사회적 관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했는데, 영상을 보고 나서 "나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물론 자존감이 높다고 해서 마케팅의 영향을 전혀 안 받는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물건으로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마음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소비를 감정과 연결지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영상을 보고 소비를 새로운 방향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마케팅 전략 : 무의식을 겨냥한 치밀한 설계
마케터들은 우리의 무의식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공략합니다. 놀랍게도 인간 행동의 95% 이상이 무의식에 의해 결정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머리에 안경을 쓰고 있으면서도 찾지 못하거나, 통화 중 자동으로 장애물을 피하는 것처럼 쇼핑 역시 대부분 무의식 상태에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마케터들은 바로 이 점을 활용하여 오감자극 마케팅, 전문 용어로는 뉴로마케팅을 전개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 마케팅 공격은 특히 주목할 만 합니다. 무수히 쏟아지는 캐릭터 상품들과 TV 광고를 반복적으로 보는 아이들은 특정 브랜드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기억은 나도 모르게 그 상품을 선호하는 취향으로 발전하며, 미래의 충실한 고객으로 길러지게 됩니다. 어렸을 때 먹던 과자를 어른이 되어서도 찾게 되고, 그것을 다시 자신의 아이에게 먹이는 소비의 대물림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자동차 매장에 어린이 놀이 공간이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부모는 내 아이에게 잘 해주는 곳에서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고, 결국 그곳에서 차를 구입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아이들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끊임없이 조르기 때문에 부모는 결국 응하게 됩니다. 키즈 마케팅은 이렇게 놀라운 속도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성인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타깃은 여성입니다. 여성 마케팅은 마케팅의 꽃으로 불립니다. 여성은 자신뿐만 아니라 남편과 다른 가족 구성원의 물건까지 구매하는 가장 내 소비의 절대적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케터는 여성 고객이 무엇을 보는지, 오늘의 기분은 어떤지를 관찰합니다. 심지어 보안용으로 설치된 CCTV도 고객의 동선과 시선을 분석하는 마케팅 도구로 활용됩니다. 이를 통해 마케터들은 고도의 마케팅 기법을 만들어 우리를 지속적으로 유혹하고 있습니다.
자존감과 소비 : 감정이 만드는 소비 패턴
소비를 부추기는 감정 중 첫 번째는 불안입니다. 홈쇼핑 채널에서 "지금 바로 사세요, 곧 품절됩니다."라는 메세지를 들을면 갑자기 불안해지며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끼게 됩니다. 실제로 이렇게 불안을 자극할 때마다 판매량은 급격히 상승합니다. 사교육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애들은 다 하는데 우리 아이만 안 시킬 수 없다"는 부모의 불안감이 과소비를 만들어 냅니다.
두 번째는 소외감입니다. 사회적 배척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의 본능적 감정입니다. 유명한 실험에서 "아무도 당신과 함께 가길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동전을 훨씬 크게 그렸습니다. 사회적으로 배척당했을 때 돈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소비가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청소년기에는 이러한 또래 집단의 영향력이 특히 강하게 작용합니다. 친구들이 입는 특정 브랜드의 패딩 점퍼가 "교복"이라 불릴 정도로 확산되는 현상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슬픔입니다. 하버드대학교 의사결정학 연구소의 실험에 따르면, 슬픈 영화를 본 사람들은 평화로운 풍경을 본 사람들보다 같은 물건에 네 배나 많은 돈을 내겠다고 답했습니다. 슬픈 감정 상태에서는 자신의 기분을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감정 뒤에는 자존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자존감은 자기 존재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의미합니다. 자존감이 높으면 외모와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만, 자존감이 낮으면 자신이 별 볼일 없다는 생각에 외모를 치장하고 나의 가치를 높여줄 물건을 구하게 됩니다. 현실의 나와 이상적인 나 사이의 간극이 클수록 그것을 메우기 위한 소비가 증가합니다.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소비를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 만족일 뿐 곧 다시 낮은 자존감 때문에 더 많은 소비를 반복하게 됩니다.
경험적 소비 : 진정한 행복을 위한 선택
그렇다면 어떤 소비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까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과의 공동 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초등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같은 예산 5만 원을 주고, A팀은 원하는 물건을 사게 하고 B팀은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게 했습니다. 3주 후 행복도와 만족도를 측정한 결과, 경험을 산 B팀의 행복도와 만족도가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물질에 돈을 쓰는 소비보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경험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고 행복감도 지속됩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새뮤얼슨은 "행복은 소비를 욕망으로 나눈 것"이라는 행복지수 공식을 만들었습니다. 언뜻 보면 소비를 무한히 늘리면 행복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욕망을 줄이는 것이 행복을 증가시킵니다. 욕망에 가득 차면 행복이 자리할 수 없고, 욕망을 줄이면 비로소 진정한 행복이 찾아옵니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이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소비가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지'를 분별하는 힘입니다.
나의 감상평
다큐를 보고 흥미로웠던 건 사람이 주변의 영향을 정말 크게 받는 존재라는 점입니다. 배척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 소속되고 싶은 마음이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이 영향이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에 더 크게 작동한다는 부분이 많은 공감이 됐습니다. 어린 시절 유행하는 옷과 신발을 사는 이유가 단순이 예뻐서가 아니라 주변 친구들과 동질감을 느끼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에 물건을 사는 소비보다 경험을 사는 소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배우는 것, 여행하는 것, 내 성장을 돕는 지출은 돈이 아깝다기 보다는 잘 쓰는 돈 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경험 소비가 더 오래 기억에 남고 만족감을 오래 주는 편이라면, 지금까지의 제 소비 성향이 꽤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건강하게 만드는 소비를 선택하는 힘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